조선일보ㅣ아이들 소원 편지에… 547명이 눌러쓴 '기적의 답장'
"소외된 어린이들 웃을 수 있길"
'소원우체통' 봉사 참여한 시민들

지난달 27일 밤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시민 100여 명이 아동 보호 기관 어린이들이 보내온 '소원편지'에 답장을 쓰고 있다.
“네가 언제나 행복만 뽑기를 바랄게.”
어린이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7일 밤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강당.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최은아(24)씨는 퇴근하자마자 집 대신 이곳으로 향했다. “인형 뽑기 기계를 갖고 싶다”는 한 어린이의 편지에 답장을 써주기 위해서다. 이 강당에는 최씨 말고도 1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비영리 사단법인 ‘온기’와 우정사업본부·우체국공익재단이 함께 마련한 ‘행복배달 소원우체통’ 봉사 활동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들의 손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편지지와 색연필, 아기자기한 스티커가 쥐어져 있었다.
행복배달 소원우체통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전국 아동 보호 기관 151곳에 사는 어린이 1747명이 보내온 소원 편지를 모아, 어린이들에게 원하는 선물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2016년 시작해 올해로 11년째다. 올해부터는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에 직접 답장을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조현식 온기 대표는 “아동 보호 시설 어린이들은 손편지를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며 “드물게 받은 편지를 머리맡에 두고 잘 정도로 소중히 여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해부터 답장 써주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문제는 1747통이나 되는 어린이들 편지에 누군가가 일일이 답장을 써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난달 11일부터 자원봉사자 수십 명을 모집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지만, 어린이날을 2주 앞둔 시점에도 답장을 쓰지 못한 편지가 800여 통 남아 있었다.

'행복배달 소원우체통' 답장 써주기 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가 어린이에게 보낼 편지를 색연필로 꾸미고 있다.
이에 봉사 활동 참가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도움 요청 글을 올린 취업준비생 가서영(28)씨는 “편지를 읽어보니 답장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다”며 “어린이날만큼은 꼭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글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200여 명이 자원봉사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6일과 27일 이틀에 나눠 강당에서 밤 8시가 넘을 때까지 답장을 써 내려갔다. 이들을 포함해 총 547명 자원봉사자가 1747통 편지를 썼다. 직장인 정한별(33)씨는 “퇴근하자마자 저녁도 거르고 왔는데도 전혀 배고프지 않다”며 “아이들의 꿈을 담은 편지를 읽는 과정이 큰 보람”이라고 했다.
논문을 쓰다 급히 달려왔다는 대학원생 김서영(26)씨는 “답장 편지에 ‘삶에 멋진 모험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적었다”며 “아이들의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한 문장 한 문장 고민해서 써 내려갔다”고 말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여름날 운동할 때 입을 반팔 티셔츠가 갖고 싶다”고 적은 초등학생 편지를 집어 들었다. 이 봉사자는 “더위가 싫어 여름만 되면 집에만 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며 편지 뒷면에 ‘받아라, 시원한 여름!’이라는 문구와 함께 하얀 토끼 그림을 그렸다. “형들과 과자를 나눠 먹고 싶다”고 쓴 아이의 편지에는 “참 다정하다. 맛있는 과자를 나누며 즐거운 어린이날을 보내길 바란다”는 답장을 썼다.
원문ㅣ아이들 소원 편지에… 547명이 눌러쓴 '기적의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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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어린이들 웃을 수 있길"
'소원우체통' 봉사 참여한 시민들
지난달 27일 밤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시민 100여 명이 아동 보호 기관 어린이들이 보내온 '소원편지'에 답장을 쓰고 있다.
“네가 언제나 행복만 뽑기를 바랄게.”
어린이날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7일 밤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강당.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최은아(24)씨는 퇴근하자마자 집 대신 이곳으로 향했다. “인형 뽑기 기계를 갖고 싶다”는 한 어린이의 편지에 답장을 써주기 위해서다. 이 강당에는 최씨 말고도 1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비영리 사단법인 ‘온기’와 우정사업본부·우체국공익재단이 함께 마련한 ‘행복배달 소원우체통’ 봉사 활동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들의 손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편지지와 색연필, 아기자기한 스티커가 쥐어져 있었다.
행복배달 소원우체통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전국 아동 보호 기관 151곳에 사는 어린이 1747명이 보내온 소원 편지를 모아, 어린이들에게 원하는 선물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2016년 시작해 올해로 11년째다. 올해부터는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에 직접 답장을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조현식 온기 대표는 “아동 보호 시설 어린이들은 손편지를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며 “드물게 받은 편지를 머리맡에 두고 잘 정도로 소중히 여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해부터 답장 써주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문제는 1747통이나 되는 어린이들 편지에 누군가가 일일이 답장을 써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난달 11일부터 자원봉사자 수십 명을 모집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지만, 어린이날을 2주 앞둔 시점에도 답장을 쓰지 못한 편지가 800여 통 남아 있었다.
'행복배달 소원우체통' 답장 써주기 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가 어린이에게 보낼 편지를 색연필로 꾸미고 있다.
이에 봉사 활동 참가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도움 요청 글을 올린 취업준비생 가서영(28)씨는 “편지를 읽어보니 답장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다”며 “어린이날만큼은 꼭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글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200여 명이 자원봉사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6일과 27일 이틀에 나눠 강당에서 밤 8시가 넘을 때까지 답장을 써 내려갔다. 이들을 포함해 총 547명 자원봉사자가 1747통 편지를 썼다. 직장인 정한별(33)씨는 “퇴근하자마자 저녁도 거르고 왔는데도 전혀 배고프지 않다”며 “아이들의 꿈을 담은 편지를 읽는 과정이 큰 보람”이라고 했다.
논문을 쓰다 급히 달려왔다는 대학원생 김서영(26)씨는 “답장 편지에 ‘삶에 멋진 모험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적었다”며 “아이들의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한 문장 한 문장 고민해서 써 내려갔다”고 말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여름날 운동할 때 입을 반팔 티셔츠가 갖고 싶다”고 적은 초등학생 편지를 집어 들었다. 이 봉사자는 “더위가 싫어 여름만 되면 집에만 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며 편지 뒷면에 ‘받아라, 시원한 여름!’이라는 문구와 함께 하얀 토끼 그림을 그렸다. “형들과 과자를 나눠 먹고 싶다”고 쓴 아이의 편지에는 “참 다정하다. 맛있는 과자를 나누며 즐거운 어린이날을 보내길 바란다”는 답장을 썼다.
원문ㅣ아이들 소원 편지에… 547명이 눌러쓴 '기적의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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